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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담론: 살아 있는 교육

아이러니: 대학수학능력시험 vs. 대학결정자격시험 본문

교육에 대하여...

아이러니: 대학수학능력시험 vs. 대학결정자격시험

반려71 2018. 12. 14. 03:30

개념(명칭)은 내용과 목적을 함의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이하 수능)"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가늠해 보는 시험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교과목 지식의 습득 정도를 평가했던 과거의 학력고사와는 다르게,

그 지식들의 다양한 활용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수능의 출제자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문제를 풀 능력이 되는 학생이어야 

고등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학문적 탐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말로 그런가?

대학수학능력은 몇점을 맞으면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모두 다 맞아야 그 능력을 가졌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맞은 점수와 비례한 능력이 있는 것인가?

 

상당 수의 학생들은 자의든 타의든 여전히 수능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결정한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인고의 시간으로

자신을 죽이며 살아낸 고교 3년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그간에 쌓아 온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에 걸맞는, 대학수학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뽑는다.

그리고 그렇게 또 대학의 서열은 결정된다.


그런데 대학의 서열과 수능의 시험점수와의 상관관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현재 운용되는 시험제도를 논리적으로 따져보자면,
이 시험의 고득점자들은 수학능력이 엄청나기때문에 어느 대학에서든 최고의 학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고득점자들이 진학하는 소위 명문대학에서

그들 모두가 자신의 수능점수에 비례하는 학점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C학점, D학점, 심지어 낙제학점을 받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그렇다면 수능점수가 조금 낮은 학생들이 진학하는

경기, 충청권 대학에서는 최고의 학점, A+이 나올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모인 대학에서 최고의 학점을 받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은,

명문대학에서 낙제학점을 받는 학생이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도대체 대학수학능력을 측정하는 그 시험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인가?

그 시험의 점수를 신뢰할 수는 있는 것인가?

또는,  

그 대학의 평가는 공정한가? 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타대학과 다른 평가 기준이 있다는 의미인가?

한 대학의 고득점은 타대학의 고득점과 다른 의미인가?

한 대학의 고등교육 내용과 수준은 다른 대학의 그것과 차이가 있는가?

경기,충청권 대학에서 최고 학점 학생은 명문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대학의 평가성적보다 소위 좋은 대학, 명문대학의 서열에 따라 대우를 받는, 

그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쳇바퀴 돌아야 하는 우리 사회는 정당한가?

여전히 대학생들은 수능시험점수에 상응하는 능력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지금의 수능은 '대학결정자격시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부가 주도해서 학생들을 줄세워 놓고

대학에서 입맛에 맞춰 학생들을 끊어 가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수능이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이 되기 위해서는 현행방식의 대대적인 개혁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 대학수학능력은 '있다'와 '부족하다'로만 양분되어야 한다.

여러 단계로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2) 계열을 세분화하고, 계열별로 평가의 내용과 교과의 우선순위가 구별되어야 한다.

대학의 전공계열마다 수학능력에는 질적 차이가 있다.

3) 평가의 기회를 여러 번 제공해야 한다.

평가자의 필요와 편의가 아니라 수험자의 필요와 편의를 위한 시험이어야 한다. 

 

*2018년 11월 22일 다음 블로그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