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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담론: 살아 있는 교육

교육에서 악의 진부함 - 숙명여고 사태를 보며 본문

교육에 대하여...

교육에서 악의 진부함 - 숙명여고 사태를 보며

반려71 2018. 12. 14. 03:13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태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단계가 되었다.
사태수습에 압장서는 비대위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교육을 못믿겠다고 말하지만 공교육에 남아 있어야만 하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 속에서,
수능이며 학종이며 그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전히 대학입시에서 내 자녀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교육 정상화의 키가 대학입시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한다.
현존하는 두 가지 방식은 서로를 보완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저울에 올려져 있고,
그래서 때로는 수능으로 때로는 학종으로 기울여 보지만,

여전히 평행을 찾기는 어렵다.
나라의 교육근간을 확고히 하겠다는 취지로 세워진 '국가교육회의'도 결국 핑퐁게임만 열심히 했다.
그리고 또 2018년 대학입시는 학생들의 희생을 먹고 불룩한 자기 배를 만족스럽게 두드릴 것이다.

우리의 교육에서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말한 그 "악의 진부함(banality)"을 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주겠다고 말하면서 행했던, 그리고 행하지 않았던 일들이
권력과 명령에 순종적인, 다수라는 합리성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생각없이, 죽어 있는 듯, 비교육적인 정책을 그냥 수용하고 강요하는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악인이다.

매년 이맘때 조명을 받는 막바지 입시준비의 신들과 그 방법에 대한 호들갑을 더이상 보고싶지 않다.
지쳐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깨우는 위선에 공감해서는 안된다.
반성하고 재고해서 목적에 맞지 않는다 판단되면 개혁해야 한다.
유지와 보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육을 받고 있는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에게 공감해야 한다.
시험지 유출의 피해로 자신의 등급이 하락하는 것보다 더 아이들의 피를 말리는 것은

대학입시 그 자체이다.


학창시절은 미래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어야 한다.

 

 

*2018년 11월 5일 다음 블로그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