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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담론: 살아 있는 교육

Uniform을 입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본문

교육에 대하여...

Uniform을 입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반려71 2018. 12. 14. 03:40

2018년의 마지막 달이 차고, 올해도 어김없이 옷깃을 여밀게 하는 추위가 매서워진다.
이맘때면 길거리를 활보하는 웃픈 패션이 있다.
두툼한 겨울 점퍼 밑으로 그 다채로움을 뽐내는 무릎담요 롱스커트!
그런데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에는 황급히 자신을 감추고 당당히 교복치마를 드러내야 한다.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기모바지며 누빔바지가 필수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참으로 이기적이다.
교복치마 등교의 규정때문에 잔뜩 움크려 동동거리는 자녀들을 향한 안쓰러움은

오늘도 외면당하고 있다.
여학생들에게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유연한 규정을 갖춘 학교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복치마를 구입한 학생들은 굳이 또 교복바지를 구입할 의사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바지를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어려움이 없을까?
학생들이 추운 겨울에도 착용하는 교복바지는 춘추복이다.
필요하면 내복이나 히트텍을 입어도 된다는 개살구같은 선심 덕분에

이 겨울의 추위는 올곧이 학생들의 몸이 이겨내야 한다.
왜 학생들은, 학창시절은 늘 견뎌내는 시간이어야 할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왜 우리 어른들은 학생에게 uniform을 입히려고 하는가?
uniform은 단일한 형태를 의미한다.
각양각색의 모양들을 규정된 틀에 구겨넣어 하나의 형태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는 통일된 행동과 사고를 유지하도록 통제되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그렇게 동일한 형태(form) 속에서 동일한 형태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다채롭고 유연하며 창의적인 사고와 행동을 갖도록 요구한다.
어불성설이다.

이 주제를 위해 굳이 교육선진국이라 평가되는 나라의 예를 들고 싶지는 않다.
매번 교육선진국이라는 정신적 사대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마보이보다는,
우리 사회의 교육적 합의에 대해 본질적이고 교육적인,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우리의 질문과 비판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려는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 몇 가지를 비판해 보자.
첫째, 다수를 구비해야 하는 사복은 비싸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기때문에,

3년간 한 벌의 교복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
그런데 과연 학생교복은 저렴한가?
품질과 디자인은 만족스러운가?
그리고 그렇다고 사복을 전혀 구입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나?
아주 자주 입는 또 한벌의 사복을 구입한 것은 아닐까?

둘째,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학생들이 옷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학교에 갈 때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지 않게 되어 좋다고 한다.
우리의 학생들에게는 공부 - 대입준비 - 만이 학창시절의 전부인가?
또 다른 가치 있는 일은 없는 것인가?
"교육 정상화", "창의적 인재 양성"과 같은 교육정책이 머쓱해진다.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도 uniform은 벗어던져야 할 물건이다.
아침에 자신의 옷장을 열어, 가지고 있는 옷들의 색채와 스타일을 고려해서 조화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수많은 경우의 수가 가득찬 창의적 발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학생교복이

비싼 사복착용으로 발생하는 학생들 간의 괴리, 박탈, 위화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문제가 사복착용만으로 발생하는 문제일까?
그리고 교복착용으로 그런 문제가 해결되었나?
물론 사복의 가격이 그런 문제를 야기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못된 소비를 지양하고 건강한 경제관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교육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아닐까?
복장을 통일시킨다고 의식이 성숙하는 것은 아니다.


교복은 교육의 과제를 통제라는 수단으로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우리 교육의 전형적인 땜방이다.
어른들의 독선과 통제의 편의가 만든 학생교복을 없애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창의적 인재양성이라는 교육의 방향이 회복되길 바란다.

 

 

*2018년 12월 3일 다음 블로그에서 작성